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사에 남긴 흔적
상태바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사에 남긴 흔적
  • 김종섭
  • 승인 2020.02.11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영화 ‘기생충(PARASITE)’
영화 '기생충' 포스터
영화 '기생충' 포스터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그것도 한꺼번에 각본상·국제영화상·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4개 부문을 거머쥐면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세계 영화시장에서 수직상승 했다. 뿐만아니라 전세계 40개 국에서 2,000억원의 티켓머니를 만들었고 64년 만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수상하는 아시아 최초의 영화가 되었다. 영화 '기생충'이 남긴 흔적을 찾아 보기로 했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영화 기생충(PARASITE)’

아시아 최초 각본상수상

먼저 영화 '기생충'9(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나이브스 아웃'(라이언 존슨), '결혼이야기'(노아 바움백), '1917'(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 쟁쟁한 작품을 제치고 각본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탄 것도 92년 오스카 역사상 '기생충'이 최초이며 외국어 영화로는 2003'그녀에게'의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 만의 수상이다.

봉 감독은 무대에 올라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서는 "감사하다. 큰 영광이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공동집필자인 한진원 작가는 봉 감독에게 감사를 전한 뒤 "미국에는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제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와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역대 오스카 각본상 후보에 처음으로 오른 아시아계 작가는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86) 각본을 쓴 파키스탄 출신 하니프 쿠레이시였다. 이후에도 인도 출신인 M. 나이트 샤말란과 일본계 2세 아이리스 야마시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015)로 지명된 필리핀계 로니 델 카르멘, 2017'빅식'에서 주연과 각본을 맡은 파키스탄 출신 쿠마일 난지아니가 후보에 지명됐으나 트로피를 받지는 못했다.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이름 바뀐 후 최초 수상

1시간여 지난 후 가장 기대가 컸던 국제장편영화상을 무난히 수상했다. '기생충'은 함께 후보에 오른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페인 앤 글로리''레미제라블','문신을 한 신부님', '허니랜드'를 제치고 국제영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봉 감독은 "이 부문 이름이 올해부터 바뀌었다.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뒤 첫 번째 상을 받게 돼서 더더욱 의미가 깊다""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바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 영화를 함께 만든 배우와 모든 스태프가 와있다"며 배우들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뒤 박수를 부탁했다.

이어 촬영감독 홍경표, 미술감독 이하준, 편집감독 양진모 등의 이름을 거명하며 "우리 모든 예술가에게 찬사를 보낸다. 제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 바른손과 CJ, 네온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마지막에 영어로 "오늘밤은 술 마실 준비가 돼 있다. 낼 아침까지 말이다"(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라고 말하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멘토 마틴 스코세지앞에서 감독상수상

마지막 휘날레를 장식한 것은 귀추가 주목됐던 감독상이었다. 통상적으로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감독상은 연결된 상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수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봉준호 감독도 수상소감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제영화상 수상하고 내 할일은 끝났구나 했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피력했다

봉 감독은 어렸을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영화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한 것이 누구였냐면 책에서 읽은 것이었는데 그 말은 마틴 스코세지 것이에요. 일단 제가 학교에서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인데 이 상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고요. 그리고 같이 후보에 오른 분들도 모두 멋진 감독들인데 이 트로피를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봉 감독은 아시아계의 감독상으로 대만의 이안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안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차례 감독상을 받았다.

기생충은 당초 감독상에 가장 유력하게 점쳐졌던 샘 멘데스 감독의 제1차 세계대전 영화 ‘1917’도 제쳤다. 멘데스 감독은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2001년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케빈 스페이시)촬영상 5부문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 데 더해 19년 만에 다시 트로피를 노렸다.

‘1917’은 할리우드에 영향력이 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세운 앰블린파트너스가 제작한 데다 앞서 골든글로브 작품상감독상 2관왕,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7관왕에 올라 올해 가장 막강한 후보로 주목받았다. 게다가 시대극·실화 바탕 영화에 우호적인 아카데미 수상 경향과도 맞아 떨어져 수상 예측 사이트 골드더비 등에서 감독상 수상 가능성 1위로 점쳤지만, ‘기생충이 예상을 뒤집고 파란을 일으켰다.

 

64년 만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 '기생충'101년 한국 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92년 오스카 역사도 새로 썼다.

'기생충'은 세계 영화 산업의 본산인 할리우드에서 자막의 장벽과 오스카의 오랜 전통을 딛고 작품상을 포함해 총 4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아 오스카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아울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것도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마티'(1955년 황금종려상, 1956년 아카데미 작품상) 이후 64년 만이며, 역대 두 번째다.

'기생충'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샘 맨데스 감독의 '1917'를 필두로 '아이리시맨'(마틴 스코세이지) , '조조 래빗'(타이카 와이티티) , '조커'(토드 필립스), '작은 아씨들'(그레타 거위그),'결혼 이야기'(노아 바움백),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작품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는 무대에 올라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이는 기분이 든다. 이런 결정을 해준 아카데미 회원분들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무대에는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도 직접 올랐다. CJ 자회사인 CJ ENM'기생충'의 투자 제작을 맡았다.

이 부회장은 "봉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머리, 그가 말하고 걷는 방식, 특히 그가 연출하는 방식과 유머 감각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을 놀리지만, 절대 심각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 제작진들과 동생 이재현 CJ 회장, 한국 관객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오스카 시상식의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었다.

 

영화 기생충이 남긴 기록들

영화 기생충이 남긴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티켓판매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영화 기생충만 놓고 보면,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62개국에 개봉했고 202개국에 수출돼 있다. 지금까지의 흥행 실적만 봐도 세계박스오피스 매출이 16,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000억 원 정도 된다. 영화 기생충은 영국과 노르웨이 등에 추가 개봉되면서 전체 글로벌 수입은 더 늘 것으로 전망이다.

헐리우드의 경우, 아카데미에서 남녀주연상을 받으면 몸값은 평균 20% 뛰는 걸로 알려져있다. 작품상을 받은 영화의 흥행 수입은 평균 1500만 달러, 우리 돈 약 179억 원이 늘어나고 다른 수상작들의 흥행에도 탄력이 붙는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기생충은 싸이나 방탄소년단(BTS)의 전례처럼 북미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는다. '한류' 로 불려 온 한국 문화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과거 아시아권 중심의 성공이었다면, 북미 시장에서 성공은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단 수혜를 볼 만한 업종으로는 관광 산업이 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의류나 자동차·가전·통신기기 등 수출 산업도 생각지 못한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인지도가 올라갈 수 있고, 브랜드 가치 제고 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여지가 있다.

영화 '기생충'의 투자와 제작을 맡은 은 CJ그룹 계열사인 CJ ENM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CJ그룹의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은 한류 콘텐츠에 꾸준한 투자를 해왔다. 1995년부터 20년 넘게 적자를 봤는데, 이번 기생충 수상으로 이제야 결실을 봤다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CJ ENM과 미국 제작사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합작 영화가 10편 정도 되는 된다. 여기에 현지 드라마 제작 등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전체 한국 영화의 수출 가격을 20~30% 정도 끌어올릴 호재로 기대하고 있다. 버라이어티를 비롯한 외신은 10(현지시간)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이 상영관 수를 현재 160개에서 이번 주말 2천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개봉된 한국 영화가 관객 100만 명을 넘긴 것은 2005욘사마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외출이후 15년 만이다. ‘기생충은 지난 7일에는 영국 내 100개 관에서도 개봉했다.

 

TV조선 생중계 5.6%이미경 부회장 수상소감 '최고의 1'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거머쥐며 4관왕을 차지하는 순간, 온 국민의 눈과 귀는 TV를 향해 있었다.

1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30분까지 TV조선이 독점 생중계한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률은 유료 플랫폼 기준 5.615%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된 모든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프로그램을 통틀어 TV조선 아카데미 생중계는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생중계가 이뤄진 시간이 보통 02%대 시청률밖에 나오지 않는 시간대임을 고려하면 5.6%라는 시청률은 '기생충'에 쏠린 전국민의 관심을 보여준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최고의 1'CJ그룹 이미경(영어이름 미키 리)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수상소감을 말할 때였다.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가 작품상 수상소감을 마친 뒤 오스카 중앙무대 조명이 꺼지자 톰 행크스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은 일제히 '(UP)!'을 외치며 다시 수상 소감을 청했다.

결국 중앙무대 조명이 다시 들면서 이 부회장이 수상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고, 이때 시청률은 9.4%까지 치솟았다. TNMS 시청자 데이터에 따르면 231만명이 TV 앞에서 '기생충' 관계자들이 네 번째 트로피를 거머쥐는 장면을 지켜봤다.

TNMS에 따르면 지난해 TV조선이 중계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 시청률은 1.0%에 그쳤고, 그 이전 채널CGV 중계 시절에는 1% 미만에 머물렀다.

전날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수상 소식에 긴급 편성된 프로그램들도 호응을 얻었다.

KBS 1TV '영화 기생충 세계를 매혹하다'8.8%, MBC TV 다큐멘터리 '감독 봉준호'4.3%로 집계됐다.

오후 8시 방송된 TV조선 아카데미 시상식 하이라이트 방송분은 2.458%(이하 유료가구), 오후 9OCN에서 방송된 아카데미 시상식 녹화 중계는 11.765%, 22.269%로 나타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