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책의 향연, 그리고 세상의 흙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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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책의 향연, 그리고 세상의 흙수저
  • 전아영 기자
  • 승인 2020.01.17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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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배 님
정영배 님

2019년에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느낀 건 다채로운 풍족함이었다.

고도화된 문명의 기술처럼 책 또한 뚜렷한 사고에서 파고든 깊이가 흘러간 시간만큼 변모되었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성 있는 책들이 다양해졌다. 그러나 목적과 문체에 담긴 내면의 의식과 상황에서 의도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

서점을 찾을 때마다 진열된 수많은 책들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내 마음은 평온해진다. 내가 무심히 넘긴 작은 감정이나 혹은 책속에서 어쩌다 느낀 낯익은 상황들을 글로써 풍경처럼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을 확인할 때면 내 머릿속은 환해지고 작은 감동이 밀려온다. 책을 읽고 완독한 후에 또 다른 책을 접하고 몰입을 하면서 읽어내려 가다보면, 그 전에 읽었던 책들은 여러 책들 속에 파묻혀 뒤로 밀려나더라도 전체적으로 각인된, 강렬했던 인상은 사그라들지 않고 뇌리에 남아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좋은 영화는 질 좋은 책 한 권을 읽은 것만큼의 감동이 있다. 다만 영화는 시각적이므로 바로 보면 그만이지만 책은 작가가 글로 쓴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려 빼어난 영상들을 스스로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영상의 이미지는 본인의 몫이고 작가가 상황에 따른 디테일한 상태나 변화를 자신의 영사기로 돌려서 풍경처럼 보여진다면 그건 상상으로 떠올린 만족, 그 이상의 행복에 빠져들 것이다. 책이나 영화는 나름대로 각각의 여러 장르가 있다. 그래도 감동과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한 보편적은 울림과 맥락은 일치한다.

근래에 내가 즐겨가는 서점은 주말만 되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마치 꽃을 찾아 옮겨 다니는 꿀벌처럼 책의 향기에 파묻혀 집어든 책을 의자에 앉아서 읽는 사람들을 보면 흐뭇함을 느낀다. 그 속에 앉아 나 역시 책에 심취하다보면 내가 가진 생각들이 작고 가볍게 여겨질 때가 더러 있다. 책 속에서 경험의 토대로 일궈낸 통찰과 내면적 깊이를 마주할 때 ,가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런 자괴감을 주는 책을 보면서 내 스스로를 성찰하고 책이 주는 좋은 영향에 또 한 번 나를 일깨우기도 한다.

거리나 넓은 도심에 바글거리는 많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 사람들의 주머니 속을 엿보고 싶은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문뜩 스친 건 바로 흙수저란 단어 때문이다. 어쩌면 모두들 지갑 속에 든 자신만 알 고있는 액수만큼 다들 여러 가지의 사정과 고민들을 가슴에 껴안고 혼자 삼키면서 모르게 아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마 경제적인 어려움이 대다수일 것이라 짐작한다. 언제부턴지 인생의 구분을 금수저와 흙수저란 잣대로 선을 긋지만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거리에 깔려 북적거리며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 태반이 어쩌면 흙수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부터 경제적 혜택을 보장받은 금수저들은 누리고 부여받은 물질적 풍요로움에 일반사람들의 시선으로 볼 땐 충분히 부러움을 살 수도 있다. 그런데 내 기준으로 볼 때 세상 모든 사람들의 대다수는 흙수저가 아니라 은수저라고 생각한다. 흙수저는 당면에 처한 지금의 일반서민들이거나 가난을 내포한 의미라서 비관적이고 서글픈 표현이다. 왜 자신을 최저 생계형 서민으로 부당하다고 느끼며 하락시키는가? 그런 고정된 관점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된다. 우리가 밥 먹을 때 먹는 수저는 당연히 은수저고, 흙수저가 아닌 우리 모두는 은수저들이다. 흙바닥에 꽂혀도 빼서 씻어 문지르면 당당히 은으로 빛나는 우리들은 가늘지만 광택이 나고 단단한 은수저들이다.

스스로 자책하지말자. 세상에서 분류하는 초점의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 의미를 부각시켜 또 다른 긍정으로 인식하며 자신의 소신대로 된다는 믿음으로 나아가면 된다. 행복은 상황이나 환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 있다는 사실을 우린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마음을 다독이고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스스로가 되길 기대해본다.

 

자유인 정영배

 

*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기고 바랍니다. rosie_0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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