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에세이》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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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에세이》치킨게임
  • 부경신문
  • 승인 2019.08.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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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권정순

#대한문학 등단
#제2회 해인문학상 대상 수상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이후 이번에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킴에 따라 한일 양국간 경제보복 맞대결이 최악의 형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마치 두 대의 차량이 마주 보며 돌진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반일정서가 격해졌습니다. 일본제품과 일본관광에 대한 불매운동은 물론이고, 나아가 우리도 적극적으로 일본에 대해 보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이 한국을 수입심사우대국에서 배제를 한다는 잘못된 결정이 반일 감정에 불을 지른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서부터 한 가지 의문점이 들기 시작합니다. 2016년 11월,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을 염려하여 사드Thaad배치를 하였습니다. 롯데그룹의 성주골프장이 사드 부지로 선정이 되었는데,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 현지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의 전 사업장에 대해 무차별적 세무조사와 소방 및 위생 점검, 그리고 안전 점검을 일제히 나섰습니다. 당연히 롯데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나아가 중국 외교부 부국장인 천하이는 ‘소국이 대국에게 대항해서 되겠느냐.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한다면 단교 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며 외교적으로는 쓸 수 없는 과격한 말을 내뱉었습니다.

이어서 중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롯데마트는 영문 모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중국정부는 한국을 여행금지국가로 지정까지 하였습니다. 여기까지이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역사에 대해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이다.’라는 말을 언급하여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그런데도 사과는커녕 한국에 대해 계속해서 공격적인 외교적 자세를 취했습니다. 더군다나 사드는 공격용 무기가 아닌 방어용 무기였는데도 말이지요. 만약 일본의 아베 총리가 이러한 일들을 행했다면 어떠했을까요. 아마 우리나라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중국에는 모욕적인 일을 겪었는데 정부도, 국민도 크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반일정서는 그 뿌리가 깊습니다. 1993년 김영삼 정부는 출범 직후에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을 ‘과거 조선총독부 청사’라면서 이 건물을 철거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결국 이 건물은 철거되었고, 지금은 당연히 그 흔적이 사진에서만 남아있습니다. 과연 이 건물은 과거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일본인들이 사용했던 단순한 일제의 흔적이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총독부가 대한민국에서 물러난 날은 공식적으로 1945년 9월 9일입니다. 당시에 총독부 청사 제1회의실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항복문서를 받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1948년 5월 31일 청사 중앙홀에서는 제헌국회가 개원하였습니다. 당해 7월 17일에는 건국헌법 공포식도 거행됩니다. 그 뒤 7월 24일에는 초대 정·부통령 취임식, 8월 15일 청사 앞뜰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선포식이 거행되기도 합니다.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들이 이곳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시 이 건물은 영어의 캐피탈 홀(Capital Hall)을 번역하여 중앙청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습니다. 이후에도 중앙청은 대한민국 역사의 소중한 문화적 유산이 됩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집무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조선인민군 청사로도 사용됩니다. 결국 유엔군의 반격으로 인민군이 퇴각하면서 방화를 하였고, 다시 복구하여 그 후에는 정부청사 등으로 사용되었다가 김영삼 대통령의 철거지시 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된 유서 깊은 건물입니다. 그런데 일제의 침략 현장을 제거한다며 대한민국 건국의 현장,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현장을 무참히 없애버렸습니다. 당시 이 건물은 일본 본토와 식민지를 포함한 동양 최대의 근대식 건축물이었습니다. 건축물 그 자체로도 큰 의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건물을 철거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일제청산을 했을까요. 올바른 역사관은 과연 정치적인 이벤트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저는 일본을 옹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반일이 아닌, 극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일본이 우리의 주권을 찬탈하였고, 이에 따라 우리 국민들은 일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만 가지고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밝힌 두 가지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본 비판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과격합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 하고 넘어가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대응을 하지 못합니다. 더불어 일제청산을 한다며,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국가지도자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일정서가 아닌, 극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저는 일본을 비판하기에 앞서 다분히 감정적인 태도를 먼저 내려놓아야 일제청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부터가 냉철한 시각으로 일본을 바라보아야 앞으로의 외교적 문제도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반일부터 하고 보자는 태도는 또 다른 보복과 양국 간의 좁혀지지 않는 확고한 의견차이만 생길 뿐입니다. 1955년 개봉된 제임드 딘 주연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주인공 짐과 불량배 두목 버즈가 탄 자동차 두 대가 절벽을 향해 나란히 질주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치킨게임의 중요한 사례로 언급됩니다. 영국의 철학가 버트란드 러썰이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벌어졌던  핵무기 증강을 포함한 극심한 군비경쟁을 꼬집은 이래로 ‘치킨게임’이란 말은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졌습니다.

지금은 세계화의 시대입니다. 반도체 시장이 치킨게임의 국제적 사례로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그 대상이 되었습니다. 두 대의 차량, 한국과 일본이 마주 보며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한 명이 방향을 돌아서. 치킨 즉 겁쟁이가 되거나 아니면 양쪽 모두 자멸하게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일본 또한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기업 간의 상생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의 상생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 때가 지금이 아닌가 합니다. 서로 윈윈하였으면 하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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